12/18/2015

만나고 싶었어요.....

하비에르 로드리게스



하비에르 로드리게스는 지난 2007년부터 매년 꾸준히 한국을 방문해 온 마에스트로이다. 
하비에르가 바라보는 한국 땅고의 모습과 지난 8년간 그의 눈에 비친 한국 땅고계의 변화, 
그의 춤의 철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이미 한국에 10번이나 방문했다. 처음 왔을 때를 기억하나?”

그렇다. 나는 아직도 그 날을 잊을 수가 없다. 안드레아와 몇 번이나 그 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오거나이저인 플로렌시아가 순진한 얼굴로 나한테 와서 사람들과 춤을 춰 달라고 했을 때 “노” 라고 대답한 그 날 말이다. 내가 춤을 안 춰주면 사람들이 실망할 거라는 대답을 들었을 때, 나와 오랜 인연이 있고 부에노스 아이레스도 다녀오고 내 수업도 많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순진하고 무지할 수 있는지, 이들에게 필요한 건 그저 테크닉이나 스텝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예정에 없던 쁘락띠까를 열고 까베세오와 밀롱가 예절 특강을 했다. 그 전에는 클라스에서 예절이나 문화를 가르치지 않았었다. 그 날 그 순간이 지금과 같은 변화가 만들어진 계기라고 생각한다.

“그 날에 비교해서 지금 한국의 땅고는 어떻다고 보나?”

한국 사람들이 춤을 잘 춘다. 이게 나와 안드레아가 만들어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당시 몇몇 아시아 남자들이 한국을 방문했는데 왜인지 모르겠지만 문화적으로 좋은 밀롱게로로 빨리 성장했다. 이건 뭔가 시작될 거라는 예고와도 같았다. 한국 남자들의 춤이 발전하게 되니 여자들도 춤을 잘 추게 되고, 한국사람들이 춤을 잘 추니 외국인들이 한국으로 춤추러 온다. 방문하는 외국인이 많아지니 더 많은 한국인들이 춤을 잘 추게 된다. 이 현상이 체인처럼 발전하고 있다. 

“현재 다른 나라의 상황은 어떠한가? 외국의 땅고는?”

그 날, 밀롱가에서 남자들이 줄을 서고 여자들이 줄을 서고 춤을 춰주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노! 대신 뭔가 좋은 걸 해 보자 했던 그 날 이후로 아시아 땅고는 바뀌었다. 하지만 유럽은 그 시절에 땅고 누에보를 시작했다. 그들은 이미 15년에서 20년 춤을 추었기 때문에 이미 많은 스텝과 테크닉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전통 땅고에 혼란을 느끼고 땅고 누에보니, 땅고 아브라소니, 땅고 오픈이니, 땅고 페스티발을 열고, 마라톤도 열고 많은 사람들을 몰고 다녔지만 혼란과 스트레스가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은 그들의 원하는 게 뭔지 모르고 춤을 추고 있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모든 땅고에 관한 것은 긍정적이다. 부정적인 것조차 긍정적인 것을 불러온다. 많은 사람들이 땅고 누에보를 부정적으로 말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땅고를 시작하도록 문을 열어주고, 많은 이들이 땅고를 사랑하게 만든 순기능이 있다. 문디알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문디알을 걱정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젊은 사람들이 땅고를 시작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땅고는 서클 에너지이기 때문에 결국은 긍정적인 게 된다.

“춤을 출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언인가?

느낌, 느끼는 것이다. 공연 준비를 할 때 옷을 다리고 음악을 듣고 하는 모든 것들은 물론 공연을 보는 관객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다른 차원으로 들어가기 위한 의식과도 같은 것이다. 이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까 봐 걱정하기도 한다. 그 차원에 들어가기 전에는 나는 비어 있는 게 된다. 컬러가 없이 투명한 상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차원 전환이 일어난다.

“그 다른 차원에 들어갈 때 파트너와 함께 가는 것인가?”

제랄딘과 안드레아와는 종종 그녀들이 먼저 들어가서 어서 들어와 하고 유도하기도 했다. 여자는 음악을 듣고 감성적으로 먼저 반응하기 때문이다. 만약 여자가 들어가지 않으면 내가 유도는 할 수 있지만 강요할 수 없고 책임질 수도 없다. 하지만 한 사람이 들어가면 뭔가가 일어나게 되어 있다. 두 사람의 에너지가 서로를 자극해서 자연스럽게 두 사람이 차례로 같이 들어가게 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공연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밀롱가에서도 마찬가지다. 땅고 추는 이들은 일반 사람들과 달라서 섬세하게 느끼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개인차나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다르겠지만 분명히 이게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껐다 켰다 할 수 있다. 연습이 필요하다.

“이제는 아시아에 프로페셔널 하게 일하는 이들이 많이 생겨났다. 그들의 공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내 생각에는 연습을 너무 많이 한다. 어떤 커플은 안무를 만드는데, 안무 자체는 나쁜 게 아니고 때로는 안무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우리는 정통 땅고를 위해 아시아 내에 커다란 그룹을 형성하고 있고, 정통 땅고는 즉흥성에 기반을 둔다. 그들의 공연은 지나치게 완벽하고 너무 정확해서 오히려 부자연스럽다. 너무 기계적이라 인간의 자유로운 춤으로 보이지 않는다. 나는 한 아시안 커플이 시간과 공기를 멈추는 걸 보고 싶다. 화려한 스텝이 아니라 오히려 패턴이 하나도 없이 에너지만으로 춤을 추면서 모든 사람들의 숨을 멈추게 하고 소름을 돋게 하는 걸 보고 싶다.

“그동안 가장 위대한 두 명의 파트너와 춤을 췄었다. 그들이 춤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

제랄딘은 나의 땅고를 창조했다. 그녀 자신을 위해서 나의 땅고를 핸드 메이드 한 것이다. 그녀가 나를 가르쳤다는 의미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만들어 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안드레아는 나의 땅고를 확인 시켜 주었다. 한 명은 인생에 들어와서 무언가를 창조했고, 그녀가 떠난 다음 다른 여자가 와서 그래, 맞아, 바로 그거야! 하고 확인해 주는 건 아주 기분 좋은 일이다. 제랄딘이 나에게 창조한 것이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사랑이 기반이 된 것이란 증거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기적인 것이었다면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내 춤에는 그로 인한 많은 추억과 경험, 기억들이 담겨있다.

“여러 기억들 중에서 최악의 기억은 무엇인가?”

내 땅고 인생의 가장 최악의 기억은 제랄딘과 헤어진 것이다. 너무 슬펐다. 그녀는 내 연인이자 파트너이자, 여러 복합적인 관계였다. 그리고 내 인생에 있어서의 최악은 안드레아의사고이다. 안드레아는 내 댄스 파트너이기도 했지만, 내 사촌과 결혼을 함으로써 내 가족이 되었다. 가족을 잃는 것은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반대로, 땅고 인생에 있어서 최고의 기억을 꼽는다면?”

최고의 기억 역시 그녀들과 함께 한 것이었다. 그녀들과 함께 한 모든 기억이 최고의 기억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전 세계의 수많은 땅고 커뮤니티들을 함께 만들고 성장 시켰다.

“마지막으로, 많은 이들이 언제 새 파트너를 구할지 궁금해 하고 있다. 어떤 계획이 있나?”

사람들은 절대 알지 못할 비밀을 궁금해 하고 있는 거다. 새 파트너에 대해서는 나도 모르겠다. (웃음)




인터뷰 일자 : 2015.10,11
글 화이